無知

갈 길이 먼 공부 일기

스타트업/스타트업 탐구

토스실록과 조직문화 | 유난한 도전

moozii 2023. 2. 18. 10:21

https://toss.im/

세상에 없던 금융,
세상에 없던 일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토스


928억 시간. 2015년 토스 앱이 나온 후, 사용자들이 간편 송금으로 아낀 시간을 모두 합하면 928억 시간이 넘는다. 대한민국 성인 2.5명 중 한 명은 토스 앱에서 자신의 신용점수를 확인하고, 신용등급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퇴근길 버스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 클릭 몇 번으로 조건에 맞는 대출을 찾고, 귀찮은 보험금 청구도 1분 이내에 완료했다. 토스가 등장하기 이전의 금융생활이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송금 한 번 할 때마다 인터넷뱅킹 사이트에서 분통을 터트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 한번 할 때마다 괴로워하기 일쑤였다. 액티브 X를 포함한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 휴대폰 본인인증, 공인인증서 발급과 재발급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오류, 또 오류였다.

이런 필요 없는 불편을 없애고 터치 몇 번으로 금융활동이 가능하게 만든 것은 금융 대기업도, 정부정책도 아닌 조그만 스타트업이었다. 간편송금으로 시작해 뱅킹, 증권, 보험, 결제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한 토스팀, 이들은 어떻게 이런 성과를 이루었을까? 세간에 화제가 되는 그들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창업자 등 35명을 인터뷰하고 회의록 등 내부자료를 샅샅이 뒤져 토스가 달려온 11년의 유난한 도전사를 정리했다.
 

유난한 도전 - YES24

세상에 없던 금융, 세상에 없던 일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토스928억 시간. 2015년 토스 앱이 나온 후, 사용자들이 간편송금으로 아낀 시간을 모두 합하면 928억 시간이 넘는다. 대한민국 성인 2.5명

www.yes24.com

 

책이 지난해 말에 나와서, 나오자마자 예약 주문으로 구매한 책이다. 

일하는 문화부터, 성과, PO Session에서 나오는 인사이트 등등
스타트업 업계 모두에게 화제성이 있는 스타트업 토스의 일대기를 담은 책.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미뤄온 몇달이 지나, 사내 스터디로 결국은 이번에 읽게 되었다. 
인상 깊은 몇 부분을 공유한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비용이 눈더미처럼 불어난다

계획대로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하면 그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 심지어 목표한 모든 가맹점에 토스 결제를 붙인다 해도, 카드 결제가 익숙한 사용자들이 토스 결제를 선택할 것인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아무리 미래를 장밋빛으로 그려봐도 이대로 토스는 망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

이승건은 지금도 그 밤이 또렷이 기억난다고 했다. 막연히 이뤄질 거라 믿었던 미래가 붕괴된 충격, 사용자 수를 늘리는 데 골몰하느라 제대로 된 손익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실망, 동시에 '엑셀'이라는 도구에 대한 경외감이 밀려왔다.

<유난한 도전>, 84p

토스의 송호진 님이 모델링을 통해 토스의 현주소를 짚어내고 토스가 그간 성장을 추구하면서 가져온 가정들을 바로잡는 순간을 담은 부분이다. 어찌 되었건 스타트업도 기업이고, 이익을 내야 한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그 혁신을 만들어낸 보상으로서의 경제적 이익도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당장은 성장을 위해 집중하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스케일업을 한 미래에는 이익을 많이 가져다 주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커질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

 

스타트업을 생각하면, 혁신, 문제 해결, 프로덕트 등의 키워드를 많이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다른 큰 한 축이 BM이다. 기업이니 이익을 내야 하고 재무 구조와 손익을 따지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기업에 재무 역량을 갖춘 사람은 꼭 필요하다. 금융계에서도 많이들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인력 수요가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다만, 대표가 꼭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재무 역량이 필요하니 우선 금융계부터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재무 담당자를 둘 여력이 없다면 본인이 그 일들을 커버하겠지만, 추후에는 좋은 사람을 영입해 위임하면 될 일이다. 대표로서 그 중요성을 잊지 않고, 절실함을 기반으로 초기에만 솔선수범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승건이 재무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었다면, 프로덕트와 성장에 집중하는 문화와 그로 인한 확실한 성장세 및 성과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고 본다. 만능인 사람은 없으니까.)

 

 

PG도 프로덕트였다

온라인 결제 산업에는 수십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오프라인 백화점에서는 옷을 골라 신용카드만 내밀면 신분증이나 비밀번호 없이도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쇼핑 한번 하려면 느리고 불편한 결제창이 뜨고, 카드 번호 16자리를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사의 앱을 띄워 본인인증을 하고, 다시 원래 결제창으로 돌아와서 '확인' 버튼까지 누르는 모든 귀찮음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그 과정에 오류라도 나면 짜증을 이기지 못한 고객이 구매를 포기하기도 했다. 치명적인 결함이 결제 과정 여기저기에 있었다. 

'온라인 결제 경험이 오프라인처럼 간단할 수는 없을까?' 

목표는 분명했다.

<유난한 도전> p.219-220
 

[토스코멘터리] 5화. 그 기적을 우리는 기술이라고 부른다

토스페이먼츠의 고객사는 더이상 ‘결제'에 관한 한 어떤 고민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시간과 인재 등 한정된 자원을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토스페이먼츠가 든

blog.toss.im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책이 없으시다면,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토스 블로그 글을 위에 올려두었으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이 일은 내게 특별히 더 다가왔다. 당시 업무의 현장에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그널] 토스, IMM 전자결제업 '출사표'… LG유플러스 PG사업 예비입찰 5곳 응찰

증권 > 종목·투자전략 뉴스: LG유플러스(032640) 전자결제대행(PG) 사업 인수전이 예비입찰을 통해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핀테크’ 선두주자인 토스를 ...

www.sedaily.com

 

당시 내가 일하던 팀도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보들 중 하나였다. 숏리스트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아이템에 대한 검토와 인수에 대한 논리를 세우는 작업을 보조하며 어깨너머로 지켜보았다. 

 

그 당시의 나는, 경영학 전공 2학년 생. 첫 인턴으로 PEF에 들어가 투자업이란 이런 거구나, 금융업이란 이런 거구나, 겉핥기를 하며 FI로서의 눈에 몰입하고 있던 시점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토스와 같은 로직은 생각해내지 못했다. 사실 PEF로서 경영권을 인수한 뒤 경영 효율화, 경영 혁신을 수단으로 충분히 고려할만하고, PG와 같은 상품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생각을 더 해볼 법했는데, PG를 사업으로만 바라보고 그 당시에는 프로덕트와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는 전혀 못 떠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에 반해 토스 팀은 애초에 PG도 하나의 해결할 문제와 프로덕트로 보고, 그 진입점으로 라이센스를 사기 위한 인수를 생각했다니 놀라웠다. (인수 대상의 인력을 어떻게 포용하는지의 계약 조건만 보아도 내가 있던 팀과 토스의 관점은 전혀 달랐다.) 적어도 이제는 프로덕트 메이커, 빌더가 되고자 일하고 있으니 이제는 그 눈도 조금은 뜨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스스로의 변화를 체감하는 대목이었다. 

 

 

재난지원금 서비스

불과 몇 시간 만에 요구사항이 정의되고, 초벌 디자인이 만들어지고, 서버 개발이 진행되었다. (...)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알림 사전신청 페이지를 완성하고 오류가 없는지 테스트까지 마친 시각은 토요일 새벽 4시였다.

<유난한 도전> p.257-258

금요일 밤에 시작해 하룻밤 만에 기능을 찍어낸다니 이게 말이나 되나. 토스가 일하는 속도는 정말 놀랍다. 

 

예전에 일을 빠르고 밀도 있게, 밤을 새워서라도 한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 들은 적은 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얼마나 대단한 속도인지는, 내가 프로덕트를 만드는 입장이 되어보니 체감이 더 잘 된다. 정말 엄청난 열정과 속도다. 

 

이런 속도를 만들어낸 건, 우선 책에서도 다루는 디자인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가 있을 것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도구와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 애초에 토스의 구인 공고에는 항상 Internal 직책들이 있다. 내부적으로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일을 찾고 계속 문제를 개선하고 있는 것도 비법이겠다. 

 

하지만 그런 개선을 해내고 시스템을 만드는 일, 그리고 나아가 금요일 밤에도 기꺼이 모두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빠르게 작업하고 협업하는 일과 팀원들의 태도는, 문화에 근간한다고 생각한다. 

 

 

토스의 조직문화는 왜 이렇게 유난한가

저런 문화는 어떻게 만든 것일까.

사실 이렇게 허슬하는 문화는 초기 스타트업들에서는 많이 보기는 했다. 

근데 이정도 규모로 커졌을 때까지 그 문화를 유지하는 일은 정말 신기하다. 

 

애초에 이런 문화를 표방하고, 그게 널리 알려지면서 유명세도 치르고(토스에 대해서는 다양한 루머도 있으니...) 하면서, 정말 이 문화를 감당할 사람만 오도록 하는 일종의 지원자 필터링 효과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효과를 넘어서서 조직 문화를 유지하는 제도, 체계, 시스템이 있지 않을까.

실제로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DRI. 

 

DRI의 핵심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과 = 실행하는 사람과 = 그 실행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맡아야 하는 사람’을 동일하게 두는 방정식에서 탄생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의사결정 구조 : DRI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 혹은 대표라면 새로 합류하는 사람들이 모두 적극적인 오너십을 바탕으로 일하며 결과를 내주길 바랄 겁니다. 마치 모두가 대표인 것처럼 일하는 조직이죠. 그러면 어떻

eopla.net

 

간단히 말하면, 실제 그 일을 하는 실무자에게 온전한 자율권과 책임 모두를 맡기는 방식이다. 

근데 사실 DRI와 같은 제도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적인 것이고, 누구나 추상적으로 "우리 조직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입니다" 하고 말하기는 쉽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조직에 잘 안착시키는지가 조직 문화에 대한 노하우일 텐데, 책에서는 그런 내용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 아쉽다. 

 

조직 문화를 세팅하고 유지하는 정성적인 일. 조직 내의 암묵지를 소화하고 구성원들의 사기를 독려하는 일. 이런 일은 추상적이지만 매우 중요하고, 리더로서는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익히고 체화할 수 있는지가 항상 궁금한 요즘이다. 일 잘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비법을 깨우친다면 아마 경영의 guru가 되는 게 아닐까...

 

 

우리 조직의 조직문화 개선은 어떻게 할까

팀원들과 결국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는 구체적으로 우리 팀원들을 어떻게 "동기 부여"해줄 수 있나를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대안들은 다음과 같다. 

 

1. 회고하기

사실 우리 팀은 아직 회고 문화가 잘 정착되지 않았다. 그때그때 릴리즈에 치이고 하느라 그런 것 같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시간을 따로 빼서라도 회고할 시간을 마련하는 일, 그런 회고 제도를 세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시범적으로 연말 회고 시간을 가질 때 조직 구성원들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서, 우선 월간 단위로 적용을 해보려 한다. 물론 전사 단위로 각 팀별로 월간 발표를 하는 게 회고 성격도 포함하긴 했지만, 우리 프로덕트 팀 전체 단위로만 진행되어 와서 웹/iOS/안드로이드/디자인/PM 팀 등 부서 단위 회고가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 

 

2. 고객과의 접점 만들기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고객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프로덕트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고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지를 결정하니까. 그런데 현재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프로덕트 팀 입장에서는 고객을 대면할 일이 적다고 생각한다. 

 

지금 구조는 Ops 담당이 VoC를 직접 대면하고, 이를 티켓화해서 조직 및 PM 팀에 공유하여 프로덕트 로드맵에 반영된다. 그리고 총괄 PM도 고객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하고 있다. 그래서 고객의 의견을 담은 기능들을 만들고는 있다. 하지만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본인들이 해낸 일에 대한 성과를 체감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전에 프로덕트를 출시하는 경험을 겪었을 때, 처음 들어오는 고객문의들 하나하나에 팀 전체가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첫 영업을 다녀와서 고객의 소리를 즉각적으로 공유해 주는 사업팀장의 생생한 경험담도 간접적으로나마 접했다. 대기업 PoC에는 직접 참여해서 우리 기능에 대한 칭찬을 내 귀로 직접 들었다. 그럴 때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조직에도 구성원들이 그런 순간들을 맞이해 일하면서 설레기를 바란다.

 

3. OKR

OKR을 도입하고자 하는 팀이 나왔다. OKR은 사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너무 익숙해지기도 했고, 그 효용에 대해 의심하는 주장도 많다. 

https://twitter.com/sundarpichai/status/1543328071532523521

나도 사실 이전 회사에서 OKR을 겪어봤는데 도입이 쉽지 않다. 허상 뿐인 목표가 세워져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목표가 쉽게 잡혀서도 안된다. KPI 설정은 어려운 일이라 리더의 역량을 많이 요하는데, 다른 팀에서의 첫 시도가 성공해서 노하우가 공유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