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知

갈 길이 먼 공부 일기

스타트업/창업 일기

아이템 문제가 아니라 검증 방법의 문제였을 수 있다

moozii 2022. 8. 31. 21:46

이번 포스트는, 2019년에 겪었던 도전기를 회고해보며 작성한 글입니다. 

 

풀고 싶었던 문제, 긴 버스 줄

창업동아리 멜팅팟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던 2019년, 저는 풀고 싶었던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서울대입구역에 늘어선 긴 줄입니다.

 

서울대역 내렸더니 1.8km 걸었다 / 이젠 진짜 '서울대역' 생겼다 중앙일보 이병준 기자 (2022.05.25.)

 

당시 통학을 하던 저는, 집에서 지하철로 서울대입구역까지 1시간이 걸려 도착해도, 버스로 환승하기 위한 버스 줄에서만 30분이 걸렸습니다. 학교 정문까지 걸어도 30분가량 걸리고, 버스를 대기하는 줄에서도 서서 30분가량 기다려야 하고, 그렇게 기다려 탑승한 버스에서도 몸을 구겨 넣으며 만차 상태로 학교를 향해야 하는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다 같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수요가 이렇게 많은데, 이렇게 긴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할까?
왜 이렇게 비좁은 공간의 버스를 통해 불편하게 이동해야 할까?
이정도 거리라면 택시 값을 나눠내면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라고 느껴지지 않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검증해보기 위해, 동아리원들과 함께 아래와 같은 MVP를 만들어보았습니다.

 

MVP 1. 오픈 채팅방

간단하게, 학교 구성원들 중 택시를 같이 타고 싶은 학생들이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칭 수는 한자리 수에 가까웠습니다.

오픈 채팅방을 실패하며 생각이 들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생각입니다.
“사람들의 등교 수요는 생각보다 시간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학교가 목적지더라도 넓은 학교 내 목적지는 다양하다.
즉, 목적지도 유사하고, 동시에 출발하고 싶은 수요를 포착하기엔
너무나 AND 조건이 많아 매칭이 어렵다.”

 

MVP 2. 직접 매칭해주기

그 당시 매칭 후 오픈채팅 안내

서울대입구역 앞에는 택시 정류장이 한 곳 있습니다.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직접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분들을 매칭해드렸습니다.

버스 줄 앞에서는 전단지를 뽑아 드리며, 매칭하고 싶은 분들을 모객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방식도 실패에 그쳤습니다.

직접 매칭에 실패하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지가 비슷하고, 지금 당장 타고자 해도, 사람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구나.
동승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구나. ”

 

 

 

내 MVP가 실패했다고 풀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택시 동승 문제. 

같은 아이템을 실행에 일찍이 옮기고 꾸준히 도전하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반반택시의 코나투스입니다. 

 

https://banbantaxi.com/

 

앞선 제 도전에 대한 회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그간 아이템을 돌아볼 때, 아이템 그 자체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습니다. 수요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 플랫폼의 신뢰도에 대한 허들이 특히 높은 아이템이라는 점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죠. 

 

하지만, 그런 접근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다른 사람과 이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반반택시를 보면, 가설 검증 방법에 대한 점도 돌아봐야 하지 않나?

 

 

반반택시와 코나투스의 운영 상황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시장에서 열심히 실행에 옮기고 있는 팀이 버젓이 있는 문제라면, "내 가설 검증 방법 자체가 잘못되지는 않았나"를 돌아봤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야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회고를 운 좋게 할 수 있었지만, 그런 스타트업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실 성장을 위해 본인의 도전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애초부터 했어야 하는 부분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MVP는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프로토타입입니다. 

 

다만, MVP가 PMF를 입증해주려면, 소비자들이 그 가설을 확인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문턱은 넘어야 하는데,

그 문턱의 수준을 잘못 파악하기 쉽다고 느꼈습니다.

 

결제 및 정산의 seamless함을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동승 위치를 세심하게 고를 수 있는 문제가 함께 엮여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지금도 어떤 수준의 MVP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나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적어도 과거를 회고하고 새로운 도전을 함에 있어서,

MVP의 수준 설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Lessons Learned로 얻었습니다. 

아이템뿐만 아니라 가설 검증 방식 자체도 검토 과정에서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