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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의 생각들 | 합리성, 1to10, 글로벌, 문화

moozii 2023. 1. 17. 23:33

1. 큰 문제를 풀려면 합리적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아래 링크는, 최근에 읽은 아티클 중 하나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12/28/DIZEC4PSNJFA7KITL2VEMER3HA/

 

합리적 모피아에 포획된 대통령실 [선우정 칼럼]

합리적 모피아에 포획된 대통령실 선우정 칼럼 경제 관료의 합리성을 대통령이 따랐다면 지금의 한국 반도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합리성이 언젠가 윤 대통령을 시시하게 만들 것이다

www.chosun.com

 

현 정치 상황을 논하기보다는, 과거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커갈 수 있었나에 대한 발자취를 글 속에서 살펴보면서 생각하게 된 바가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나라엔 관료의 합리성에 포획되면 안 되는, 합리성을 넘어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많은 분야가 있다. 한국 IT 산업의 초석을 놓은 오명 전 부총리의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반도체를 개발해야 한다고 나섰을 때 심하게 반대한 곳은 경제기획원(기재부의 전신)이었다. 반도체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산업이라 한국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이 10년이나 뒤져 있고 기술 수명이 2~3년에 불과해 하나를 개발하면 또 새로운 것이 나와 비용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반도체는 산업의 쌀인데 쌀 없이 무슨 밥을 먹는다는 거냐’며 반대를 일축했다.”

8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기획원 논리가 합리적이었다. 3류 TV나 생산하는 주제에 반도체라니. 그때 합리성을 따랐다면 지금의 한국 반도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합리가 아니라 상상조차 뛰어넘는 파괴적 결단이 오늘을 만든 것이다. 내일을 위해선 같은 수준의 결단을 지금 반복해야 한다.

조선일보 선우정 논설위원 2022.12.28

 

과거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실 합리 / 이성을 따라서 판단했다면, 반도체 투자는 도박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본다. 내가 그때 의사결정권이 있었다면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싶었다. 물론, 지금에서야 우리나라가 반도체 시장에 선두주자로 거듭나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때의 판단에 대해 쉽게 당연한 결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모른다면 정말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본다. 그때 투자를 감행한 기업이든, 산업을 지원한 정부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쓰인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렇다고 믿었던 철없는 소수자들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미래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결국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낙관주의자들의 이야기. 비록 지금은 가진 것이 없고 또 모두가 안될 거라고 하지만, 신념으로 단련된 의지를 가지고 실패의 두려움에도 용기를 내어 포기하지 않고 가다 보면 결국엔 불운조차 딛고 차원이 다른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은 사람들의 이야기.

토스에서 일한다는 건 그야말로 ‘안될 거야’라고 말하는 수많은 내외부의 선입견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합법과 위법의 사이에서 유권해석을 받아 시작한 간편 송금 서비스도, 12년 만에 다시 발급되야 하는 증권사 라이선스를 받으려 할 때도, 스타트업이 인터넷 은행 라이선스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도, 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에 결제사업부를 인수해 올 때도,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진이 아니라 팀원이 자신이 담당한 사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실험적인 업무방식과 문화를 시작할 때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2022.11.15

 

창업도 그런 것이 아닌가. 

 

김진중 개발자님의 페이스북 포스트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인데,

토스 창업기, <유난한 도전>에 나온 가설 검증 시 수치는 정말 낮은 CTR 0.4%라고 한다.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였다.

 

리더는 시장과 문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팀을 이끌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도전을 결국 실행에 옮기는 게 창업인가 싶었다. 

 

그간 내가 생각하던 아이디어 탐색 -> 가설 검증 -> 스케일업의 이론적인 창업 방법론 이상향은 정말 이론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싶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 이론과 방법론으로 무장해서도 도전해서 성공이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성공의 크기를 한정 짓는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정말 시장을 크게 먹으려면",

도저히 해결이 어려워보이는,

도전 자체가 비합리적인 문제를 풀고자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이다.

 

트렌치 방식은 다소 안전하기는 하지만 밑으로 파낼수록 회로가 보이지 않아 공정이 까다롭고 경제성이 떨어졌다. 스택은 작업이 쉽고 경제성이 있지만 품질 확보가 어려웠다. 미국과 일본의 선발 업체도 어느 기술을 택할지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진대제·권오현 박사는 이건희 회장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트렌치는 하자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지만 스택은 아파트처럼 위로 쌓기 때문에 그 속을 볼 수 있습니다. 트렌치는 검증할 수 없지만 스택은 검증이 가능합니다. 이 점이 핵심 차이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이 트렌치 방식을 선택하자 내부 혼란이 더 커졌다. 이 회장은 스택 방식으로 갈 것을 지시했다. 이 회장이 직접 저술한 서적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 소개돼 있다.

“나는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화해 보려고 한다. 두 기술을 두고 단순화해 보니 스택은 회로를 고층으로 쌓는 것이고 트렌치는 지하로 파 들어가는 식이었다. 지하를 파는 것보다 위로 쌓아 올리는 것이 수월하고, 문제가 생겨도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40년 역사를 담은 사사(社史) `도전과 창조의 유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스택 방식이 맞을 것이라는 감은 있었지만 내 자신도 100% 확신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한주엽 기자, 전자신문, 2016.08.31
 

반도체 제국의 미래 - YES24

2021년 최신 개정증보판팹리스 관점에서 보는 파운드리 사업에 관한 이해 - 삼성전자, TSMC 양강 구도의 미래는?미국 백악관의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 발표와 인텔의 새로운 생태계 조성 야심,

www.yes24.com

 

삼성이 반도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와도 같은 사건, DRAM 관련 의사결정도, 다른 기업들이 모두 트랜치를 골랐던 것을 감안하면, 모두 '합리적인' 결정으로 트랜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지금 와서는 이건희 회장의 직관이나 진대제/권오현 박사의 근거가 합리적으로 느껴진다지만, "합리와 비합리도 시류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리더는 주위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본인만의 논리로 무장해 합리적인 결과로 만들어내야 하나 보다.

 

 

 

2. Zero-to-One에서 One-to-Ten

2020년 창업동아리 멜팅팟에서의 가설 검증, 

2021년 상반기 신사업 PM으로서 검증해 본 MVP들, 

2021년 여름 VR 시장을 공부해보겠다며 만든 아이템,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베타 시절부터 상품 출시 및 첫 PoC를 겪은 아이템.

 

내 3년 간의 아이템들은 모두 Zero-to-One(제로투원)이었다.

 

사업이 성장하는 중간에 합류해서 성장을 돕고 가속하는 역할보다는, 

사업을 새로이 기획하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과정만의 고민이 있고, 배우는 점도 있어 뜻깊었다. 

하지만, 이번 2022년 10월 이직을 하면서는 'One-to-Ten'의 경험을 찾게 되었다. 

안 해봤기 때문에, 기업의 다른 사이클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새롭게 직장을 옮겼다.

 

이제 막 옮긴 지 3개월, 흔히 이야기하는 Probation, 수습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

아직 많이 모르지만, 지금 느껴지는 몇 가지를 글로 남겨보려 한다.

 

 

레거시의 부담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제 모든 요소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것과 연관되어 있다.

기존에 만들어놓은 것들은,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화 등을 통해 효율을 높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능,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에 기존 컴포넌트가 스펙이 부족한 사례를 항상 발견한다.

 

항상 그렇지만, 새로 만드는 게 가장 빨라요.

 

기존 화면을 개편하여 개선하기보다, 아예 갈아엎고 그 화면을 새로이 만드는 게 더 빠르다.

 

API 설계도 새로이 하거나 스펙 변경 작업량이 많기도 하고,

항상 팀원 전체의 리소스가 기능에 맞게 비어있는 게 아니다 보니,

다른 팀원이 예전에 개발해둔 레거시 코드를 분석해 갈아엎느니 새로 짜는 게 훨씬 빠르다.

 

항상 첫 시작은 일손의 부족으로 체계화가 되기 어렵다. 

그때 쌓인 유산들은 팀이 커질수록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항시 리팩토링에 대한 의지가 팀 내에서 끓게 되지만, 

마냥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 증대에 직결되지 않는 리팩토링의 우선순위가 높기가 힘들다.

이렇게 끝없는 성장 사이클 속에서 쌓인 노폐물을 모두가 알면서도 해치우지 못한다.

 

이전 회사에서는 그나마 아키텍처 설계 때부터 모듈화를 고려해 그런 부담이 그나마 덜했지만, 

이번 회사는 그 레거시를 정말 신규 기능 하나하나마다 깊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지금 환경은 성장 가도를 달리는 어느 서비스-중심 초기 기업이든 겪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초기부터 기획 설계를 잘 해내서 확장성을 고려하는 노력도 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이전 회사도 사실 연구소 형태로 베타를 겪어 얻은 행운일 수 있다)

그래도 리더로서 기술적인 리팩토링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적당한 성장 시점에 리팩토링 및 확장성 향상 작업을 결단할 수 있는 이해력

+ 리팩토링 시점에도 원활한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운영력과 현금 보유를 목표로 삼는 것이, 

더 현실적인 리더 역량이 아닐까.

 

 

 

3. 글로벌,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렵다

 

 

글로벌에 도전하는 350개 스타트업이 던진 176개의 질문들, Part 1 (MVP 단계)

2022년 12월 15일, 센드버드 창사 이례 첫 오프라인 밋업을 개최하였습니다. 스타트업의 피봇, 초기 필수 인력 구성의 노하우, 극초기 고객 및 이용자 유치 전략, 글로벌 진출시의 고려사항을 정리

sendbird.com

John Kim: 제품이 가진 문화적 의존성이 이를 판단하는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법 주 52시간을 트래킹 하는 솔루션이 있다면 이런 사업은 한국에서 시작해야겠죠. 이 처럼 특정 문화의 로컬 레귤레이션에 의존성이 있는 사업도 있는 반면, 반대로 문화적 의존성이 적고, API와 같이 어느 나라에서 만들던 기술적으로 뛰어나면 사용하는 제품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적 디펜던시가 적은 제품이라면 최대한 빨리 글로벌로 먼저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이유로 첫 번째는 해외에 선도사업자가 있다면, 언어 장벽이 저희를 보호해 주지 않기 때문에 저희의 기술제품이 경쟁에 휩쓸려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UI, UX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에 맞도록 로컬라이징을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한국 창업자들의 플레이북이 점점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플레이북은 한국에서 원격으로 머리로 익혀서는 몸 안에 내재화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John S. Kim Sendbid CEO, 2022.12.29

 

센드버드 오프라인 밋업 아티클에서 보고 인상 깊었던 글이다. 

 

지금 회사를 지원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공개된 보도자료 기준, 유럽과 남미 지역의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고 있고, 태국어 서비스 소개 사이트를 제공하는 등,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을 참여해 보니,

앞에서 아티클이 짚은 문화적 의존성 외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SMS 발송, 결제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내가 맡은 프로덕트에는 해외 결제도 있고, 해외 알림 발송도 있다. 

단순한 프로덕트 내의 기능 추가가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고객의 연락처로 알림을 보내기 위해서, 

외부와의 연결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기능들이다. 

 

결제를 한다고 치면, 

1. 해외 결제 수단에 대한 반영, 

2. 현지화별 결제액 최소 단위, 

3. 현지화 환율, 

4. 환전, 

5. 현지 법인 계좌 관리, 

6. 해외 발생 매출에 대한 부가세 이슈, 

7. 현지 법인 역외면세 이슈

등등

정말 수많은 이슈들이 국가/통화에 따라 발생하게 된다. 

 

문자 발송도 마찬가지. 

1. 번호 등록에 대한 규제

2. 발송 콘텐츠에 대한 규제

3. URL 포함 여부 혹은 단축 가능 여부

4. 현지 통신사 화이트리스팅 등록 절차

5. 국가별 발송 가격

등등

내 머리를 아프게 한 것들이 너무 많다.

 

거기에 실제 기능 출시 때 발생할 TC (테스트케이스) 등 QA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글로벌이 말은 쉽지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갈수록 하게 된다.

최소한 이커머스처럼 이미 글로벌, 크로스보더 환경이 잘 구축된 경우 초기 성장 기간에 활용할 플랫폼이라도 있지만, 이런 독자적인 서비스를 글로벌 규모로 운영하기에는 참 공수가 많이 든다 싶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 외에도, 

각 국가마다 고용 및 인사에 대한 규제도 다르고,

언어별 문구 차지 영역도 다르고, 

언어별 폰트도 신경 써야 하고, 

휴대폰 번호 입력 시 국가코드 관련 이슈 등등..

 

3개월도 안되어 이렇게 힘든 것들을 토로할 정도로,

"글로벌로 하기 좋은 비즈니스 따로 있다"는 명쾌한 한 줄을 몸으로 배우고 있다.

 

당연히 글로벌한 사업 운영과 스케일업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래도 아이템별로 그 과제를 조금이라도 더 쉽게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지 않나.

 

글로벌로 시작을 하겠다고 하면, 

A. 가장 크게 먹을 수 있는 시장을 가진 국가에 회사를 세우고, 

B. 문화적 의존성 낮은 기술적 상품 중심으로 (혹은 아예 특색 살린 문화적 상품/브랜드로)

C. 결제, 배송 등 인프라 환경은 최대한 자동화/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스케일 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인프라 환경을 플랫폼의 도움을 받기에는 그 수수료의 정도가 너무 커져, 

효율화를 시도해야 하는 수준으로 도약하는 서비스를 운영해 보는 미래가 언젠가 오기를..

 

 

 

4. 조직 문화는 거듭 강조해도 모자라다

설득할 수 없다는 무력감

간혹 동료들 중에 상대에게 '아 이 사람에게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설득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내 주위에서도 본 적 있고, 어느 직장인이든 본인 회사에서 한 명쯤은 찾을 수 있는 유형이다. 

 

보통 그 사람이 그렇게 완고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본인이 겪은 경험들과 사례들이 많이 쌓이면서 본인이 그 도전 자체에 패배감을 느낄 수 있다.

본인의 역할 자체가 리스크를 막는 역할이다 보니 우선 반대하는 회의적 태도를 장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고 그것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설득의 기준이 높아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 논의해야 하는 상대를 넘어서, 

상대에게 설득이 불가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은, 

조직의 건강한 논의를 이끌기보다, 새로운 시도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무력감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그 자체를 막게 된다.

되도록 그 설득이 불가한 사람의 의견에 맞추고 따르게 되는, 순종적인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논의가 활발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해주는 사례를 최근에 읽어서, 

그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더 체감하는 요즘이다.

 

 

반도체 삼국지 - YES24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그리고 한국 경제에 고함!‘칩4동맹’과 파운드리 전쟁, 출렁이는 반도체 가치사슬…반도체공학자이자 첨단산업 전략가 권석준 교수가 짚어주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

www.yes24.com

 

권석준 교수님의 <반도체 삼국지>를 통해 일본 반도체 산업의 흥망을 보다 보면, 그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DRAM 시장의 역사를 다룬 에피소드를 살펴보자. 일본 반도체 회사 엘피다메모리는 내부적으로 기술연구진의 발언권이 매우 강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해당 시류에 맞는 의견을 내세운 마케팅/경영진의 뜻대로, 수율 및 원가 절감 중심의 전략을 채택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히려 기술연구진의 기술 개발 일변도의 전략에만 치중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일본 반도체 업계의 흥망을 바라보다 보면, 다양한 원인이 그 영향을 끼쳤겠으나,

문화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일본 반도체 업체가 경쟁에서 패배하게 된 요소들을 살펴보면, 정부 주도 합작 및 합병을 통한 재기의 시도가 실패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또한 조직이 하나로 융화되지 못한 문화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일본 반도체 업체가 초기에 승기를 잡게 된 요소도 마찬가지로, 일소현명 정신의 일관된 노력과 장인정신을 꼽을 수 있다. 결국은 문화였다는 점이다.

 

 

문화는 중요하고, 특히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더욱 중요하다

구성원 중 누군가는 반드시 답을 알고 있고,
그 문화가 그 답이 의사결정까지 채택되도록 보존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르지 않을까.

 

조직은, 특히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점차 그 구성원의 수가 늘고, 그만큼 다양한 개인의 수많은 의견이 공존하게 된다. 그 수많은 개인들 중 적어도 한 명은, 얼마나 어려운 문제가 회사 앞에 다가오든, 그 정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결정도, 어찌 되었든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능력이 압도적으로 크게 차이 나지는 않으니,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구성원들로 구성된 각 회사들은, 모두 선택 가능한 후보군의 대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수많은 대안들 중 정답과도 같은 길은 반드시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수중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생각을 자유로이 할 수 있고, 그 아이디어를 편하게 논의하게,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선택 옵션에 공정하게 올려지게 하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조직 문화는 그 조직이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정하고, 그렇기에 최종 단계에 이르기 전에 '알아서 묵살'되는 '효율화' 작업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 효율화의 정도와 방향이 곧 문화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알겠고, 문제는 보이는데, 해결책을 모르겠다

일을 대하는 태도부터, 휴식 시간을 보내는 방식 등등 조직 문화는 정말 구성원의 회사 생활 전반을 아우르고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다면, 분위기가 무겁다거나, 아니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속도나 결단력이 아쉽다거나 등등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은 비교적 눈에 잘 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의 진짜 원인인 문화를 어떻게 고칠까 하는 생각은 훨씬 고차원적이고 어려운 것 같다. 

말만 들어도 추상적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자면 더더욱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조직 문화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고 공부해본 바가 없는데,

향후 조직을 이끌고자 한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역량이 아닐까.

 

전에 PM의 가치는 '목표한 기능을 기한까지 구현하는' 과업을,

'몇명의 인원 규모까지 해낼 수 있는가'로 단순화하여 정의할 수 있다는 코멘트를 들은 바 있다.

 

과거에는 열명 미만의 한자리 수 정도의 협업을 이끌다,

이제는 두자리수의 구성원이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다 보면,

단순히 공부를 미래로 미루기엔 당장 급한 과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