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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의 생각들 | 글 조각 모음

moozii 2023. 2. 17. 19:08

1. 대해적의 시대 - 정글 목격담

롯데헬스케어 - 알고케어 사태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카카오톡으로 생생한 에피소드가 전해질 때마다, 놀라워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했다. 문제가 이 정도로 불거지는 정도는 대기업 입장에서 그냥 넘길만한 리스크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대응의 면면들도 지켜보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못들어보신 분들은 최근 영상을 참고하시길. 

 

그러더니 얼마전부터는 전 신사임당, 주언규 PD와 관련된 유튜브 복제 도용 이슈가 공론화됐다. 시장에 입지가 탄탄한 대기업도,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도 다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인데 이런 이슈에 민감하지 못한 게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근데 이걸 볼 때까지만 해도 남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위의 리뷰엉이 님 영상을 본 그날 오후, 우리 서비스도 디자인 도용을 제보받았다. 우리 것을 활용해서 사업화를 구상한 것 같던데, 시나리오가 잘 풀렸으면 우리 고객사가 되었을 수도 있는 하나의 회사가 아예 반대로 이런 분쟁이 생길만한 문제를 일으키니 안타까웠다. 도용해서 강점으로 삼고 싶을 만큼 프로덕트 디자인이 매력적이라는 의미인가... 


현업에 나와 이런 이해관계의 민낯을 본 사례가 벌써 2번째. 아직 이른 나이라 생각하는데 사회에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이런 건들을 보게 되니 역시 사람들이 이익 걸고 경쟁하는 판은 항상 무섭구나 싶다. 

 

2. 너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많이 들었던 명제.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2bhqtj77vF9ZBhypTo36RyrNNNfayB92mZF31SLWnQKU7hYSfvxmzVNauCJowkM3Dl&id=100003555024479&mibextid=Nif5oz

 

위 링크는 신상철 님의 글. 직업 세계에서 마주하는 벽을 이야기한다. 취미로 좋아하던 일을 직업으로서 삼게 되면 느끼게 되는 벽.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명제가 생각보다 잘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는 글이다. 


그나마 내가 다행인 점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로 생각하기보다 '나는 무슨 일을 좋아하나'로 고민의 여정을 이어오고 있어서 그나마 그 벽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저 글은, 취미로 좋아서 하는 일에는 '취미로 하는 데 이 정도야?'와 같이 기준이 낮아 칭찬받기도 쉽고, 그러면 더 자신감도 붙고 좋아하는 감정이 커진다는 글. 이 글을 반대로 생각해 직업 세계에서도 칭찬을 듣는 정도라면, 계속 그 업을 해도 된다는 얘기인가 하고 생각한 것은 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이유를 꼽아보자면 생각해야 할 구간이 인생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주니어 커리어 역량과 시니어 커리어 역량은 또 달라서, 주니어 때의 긍정 신호를 커리어 전체에 적용하기엔 어려운 노릇이다. 생각해 보면 시니어 레벨에서의 커리어 역량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영역이지만 추측해 보면, 사실 세일즈와 매니지먼트가 공통 핵심인 게 아닐까 싶고. 주니어로서의 공통된 커리어 역량을 꼽자면 빠른 일처리? 젊을 때 잘하던 직업도 올라가면 하기 어려운 직업이 될 수 있지 않나에 대한 두려움이 종종 생각날 때가 있다.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각난다. 막상 일을 신호로 찾으려고 해 보면 결정의 범위가 달라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금 더 풀어 설명해 보자. 취미는 보통 우리가 일로 도전하는 분야보다 선택 폭이 다양하고 범위가 넓다. 첼로를 해볼까 바이올린을 해볼까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같은 선택 후보 범위에 클라이밍도 있고, 뜨개질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에 반해 일은 조금 더 신중하고 무거운 주제라서, 우리가 고를 때도 더 폭좁게 고민한다고 느낀다. 취준생 입장에서 커리어 선택은 비슷한 역량을 요하는 여러 비슷한 분야 중 고르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중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시그널을 찾다 보면, 도전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공통된 시그널을 얻어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생각한다. 

 

(결국 논리를 짜보면 큰 줄기는 시그널로 짜고, 비슷한 여러 세분화된 분야에서는 경제적 동인이 가장 큰 분야를 고르는 형태가 아닐까)

 

 

3. 경영자는 필연적 거짓말쟁이

경영과 결정에는 참 많은 거짓말이 따르는 듯싶다. 그렇게 느끼게 된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인사 업무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항상 대표 본인이다. 본인이 내린 결정에 숨겨진 배경에 대해서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조용히 안고 가야 한다. 우리는 흔히 투명한 경영이 언제든 정답이라 생각하지만, 투명함이 항상 신뢰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투명하게 공개해 버리면, 조직을 지탱하는 바닥마저 투명하게 만들어버려 구성원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구성원의 갈등으로 내려진 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그 결정으로 이해관계에 손해를 본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들을 모두 신뢰하기 어려워지고 갈등이 격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표는 애초에 구성원에게 불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구성원 간의 신뢰와 화목함을 유지시키기 위해 감수해야 할 한계적인 손해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지는 위치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사례에서 경영자는 결국 불투명한 장막을 친 채 배경 없이 결정만을 조직에게 공유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본인이 그 곡해에 대한 부담을 떠안는다. 

 

이런 사례는 본인이 권한을 가지고 있을 때도 그렇지만, 본인이 권한을 위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권한을 위임한 분야면, 그 구성원과 조직을 온전히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위임된 구성원들이 만든 결과물이 본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그럴 때 경영자도 의견을 피력해 보고 설득하며 협의를 할 수 있지만, 그 협의를 거쳐 결정을 했다면, 본인의 의견과 달라도 존중하고, 마치 본인도 원래 그렇게 생각한 듯이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조직을 이끌어가고 한 방향으로 만들어야 할 방향키 역할이기 때문이다. 일반 구성원 입장에서도, 협의한 후에는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빠르게 적응하고 나아가야 하지만, 경영자는 후원/지지/실행을 넘어 선두에 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거짓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거짓의 무게도 더 크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