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知

갈 길이 먼 공부 일기

스타트업/창업 일기

HR - 지원자, 신입, 고용인의 눈에서 본 인사이트

moozii 2023. 1. 17. 23:29

Shutterstock 1994507021

나는 현재 7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다. 

금융, 미디어, 테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일했다.

시리즈 A를 받은 수십 명 단위의 스타트업들에서도 일했고, 

전문성을 갖춘 업계 내 수백 명 단위의 펌에서도 일했고, 

세워진 지 20년이 넘는 천명 이상의 중견기업에서도 일했다.


산업군, 규모, 특성까지 다양한 조직들을 짧게나마 몸담아 보면서, 

이것저것 인사를 보고 느낀 바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입사 지원자가 되어보니

 

(1) 인사 프로세스는 최대한 빠르게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과의 사투였다.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가 나를 뽑아줄지 불투명하다. 내가 바라는 취직이나 이직이 언제쯤 결론이 날지 불확실하다. 이직 실패에 대한 불안, 시간 허비에 대한 공포가 끝없이 괴롭힌다. 그래서 생각보다,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면 서류 결과를 검토하여 알려주는 시간, 인사 담당자가 나의 문의 내용에 답장해 주는 시간, 다음 전형까지의 대기 기간, 절차의 수 등... 입사 지원 후 합격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지연될 요소는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런 지연 각각은 불안으로 작용해서 결정을 서두르게 만든다. 

 

 

(2)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뺏기지 않기 위함

 

앞선 이야기는 지원자로서 느끼는 심리적 배경이다. 그러면 그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고, 지원자가 불안해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기 때문에 HR이 빠르게 대응해야 할까? 배려를 하는 것도 좋지만, 핵심은 회사의 인재 유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입사 지원은 하나의 회사에만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지원자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한 지원자가 여러 회사에 지원하기 때문에, 인재 유치 경쟁을 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좋은 오퍼를 준비했다고 해도,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키고 오퍼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미리 공개할 길이 없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신입사원의 처우가 공개되어 있고, 또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 대우를 짐작할 수라도 있지만, 이제 막 작게 시작한 스타트업의 처우 정보는 공개된 바가 적다. 


설령 공개되어도 모수가 작아 지원자 입장에서도 신뢰하기 어렵고, 스타트업은 인재 별 처우가 다양하고 협상의 여지가 넓기 때문에, 오퍼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통해 지원자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일을 방지하긴 정말 어렵다. 

 

즉, 인재에 대한 처우가 좋아도, 빨리 합격시켜 지원자가 고민 중인 협상 테이블에 우리 오퍼를 올려놓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지원자는 그 처우를 고민해 보기도 전에, 본인이 가진 옵션 중에 하나를 고르게 되기 때문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아직 합격 결과가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만한 곳은 없을 테니까'라고 판단하기 쉬운 상황이다. 취업 / 이직이 주는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을 빨리 떨치고 싶은 욕심이 그 결정을 가속화해 준다. 

 

 

(3) 보너스 효과 - 감동받는 지원자


더군다나 다른 회사보다 빠르게 입사 프로세스를 진행해 주고, 빠르게 합격 의사결정을 내려주는 회사라면, 설령 오퍼가 부족하더라도, '나를 그만큼 많이 원하는 회사'로 인식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지원자를 급박하게 원하는 회사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1. 사업 성장이 너무 가팔라서 인재 수요가 끝도 없는 회사이다. 

2. 당장 인력에 공백이 생겨 사업에 문제가 있는 불안정한 회사이다. 

3. 사람을 계속 못 뽑아서 급한 걸 보면 다니기 힘든 회사이다.


스타트업의 불안정성보다 성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많이 원하는 회사를 더 선호할 것이다. 더군다나 다니기 힘든 회사일지 모른다는 시그널을 보고도 찾아오는 허슬러라면 금상첨화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바라는 인재상을 생각한다면, 나를 많이 원한다는 사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더 가까울 것이므로 보너스 효과는 -보다 +가 크지 않을까.

 

 

(4) HR도 바이럴이 필요하다

 

또 한가지 생각할 점은, 인사도 회사의 얼굴 역할을 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커머스 프로덕트의 바이럴, 입소문과 마찬가지로, 입사 지원도 업계 평판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마케팅 에셋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인사 프로세스 상에 공개되는 회사의 민낯이 부끄러운지는 않은지 끝없이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 다듬어지고, 세심한 배려가 담긴 인사 프로세스는 지원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그 영향은 지원자 주변의 인재 풀 전반에 영향을 준다.

 

특히, 합격 여부와 무관히 지원자에게 세심한 서류/면접 관련 피드백을 제공한다거나, 면접 일정 조율에 있어 리크루터가 보이는 열정 가득한 모습을 통해, 지원자는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누구나 아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지원자에 대한 기초적인 예의를 갖추지 못해, 회사 스스로 그 평판을 낮추고 인재 수급을 어렵게 하곤 하니, 항상 상기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

 

 

 

2. 신입 사원이 되어보니

 

(1) HR이 첫인상을 결정한다

 

어디로 언제 합격할지 모른다는 불안의 터널에서 벗어나 드디어 새로운 직장에서의 삶을 시작한 신입. 그 신입이 회사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은 HR이다. 계약내용을 검토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OT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두 알다시피 사람을 만남에 있어 첫인상이 중요하듯, 신입이 보는 회사의 얼굴은 HR이다. 


신입 입장에서 회사의 첫인상은 지원 과정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하는 사람은 HR 리크루터이니, 지원 과정에서도 처음은 HR 사람이, 입사 후에도 처음은 HR 사람이 맞이한다.

 

 

(2) 내가 힘들 때 도와주면 강렬한 기억이 남는다

 

언제나 새 직장에서 적응하는 일이란 어렵다.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고 규칙이 다르다. 여기선 본명을 쓰고, 저기선 영어 이름을 쓰고, 거기서는 직급을 쓴다. 외워야 할 팀원들도 많고,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회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조직에 새로 온 사람은 경력과 상관없이 뉴비로서 갖는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한 조직에 오래 머무른 베테랑 경력자는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누구나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고, 그 적응은 보통 본인이 소속된 부서/팀이 맡으며, 이를 경영지원팀/HR에서 돕곤 한다. HR에서 온보딩 세션을 마련하기도 하고, 팀빌딩 이벤트를 통해 팀 내 친목 도모를 만들 계기를 제공하곤 한다. 특히나 사소한 내용들을 묻기에 마음을 의지할 동기나 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이미 대화를 하고 말문을 터본 HR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이다. 

 

다시 말해, HR이 온보딩을 잘 이끌어준다는 것은,

구성원의 호감을 사고, 조직의 사기를 높이는 데에 생각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 

HR이 직무 상 해야 할 일을 한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HR로서 온보딩을 도와준 직원에 대한 개인적 고마움이 생겨나고, 그 감사함은 조직에 대한 사랑으로 간접적으로 번져나간다. 고작 온보딩일 수 있지만, 기저에 깔린 파급효과는 꽤나 강력할 것이라 예상한다. 

 

 

 

3. 고용하는 사람이 되어보니

 

아직 사람을 채용한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전에 신사업 PM으로서 채용을 진행한 사례가 있고, 개발을 맡길 외주 인력을 발로 뛰며 리크루팅 해본 기억 정도가 전부다. 그래서 고용과 채용에 대해 의견을 강하게 내기는 어렵다. 생각나는 에피소드 중심의 기록으로 내용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개발자를 채용하려면 개발자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 흔히 이야기하는 회사가 갑인 포지션이라기보다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을의 입장이었다. 과거에 겪었던 개발자 채용에 대한 에피소드를 여기 남겨볼까 한다.

 

개발자가 없던, IT가 아닌 분야의 서비스를 운영하던 회사에서, 신사업을 위해 개발자를 신규로 채용하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다. 우선적으로 외주 인력 확보를 통해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를 운영할 인력을 채용하는 형태로 방향을 잡았다. 

 

발로 뛴 덕택에 외주 인력은 확보해서 서비스를 구축했지만, 실제 인하우스 개발자 채용에는 실패했다. 모시려고 한 개발자 한분과 술잔을 기울이며 솔직한 피드백을 달라고 하자,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여기는 제게 영세 쇼핑몰 전산실 개발자나 다를 바가 없어요.
저는 보고 배울 수 있는 시니어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규로 개발자를 채용하려 하니 시니어가 필요하다. 단독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부담이 있기도 하고, 개인의 커리어 성장을 위해서도 그렇다. 회사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노련히 개발할 시니어를 모셔와야 하고, 이를 위해 스톡옵션 풀과 현금 등의 리소스를 다량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개발 관련 인력이 초기 팀 세팅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를 직접 느낀 에피소드였다. 

 

 

(2) 직원의 월급은 얼마가 적당한가

 

멘토가 되어주시는 창업가 선배와 고민 상담을 하며 고용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 식사 자리에서 나온 질문.

 

넌 직원의 월급을 어떻게 책정할 거야?

막상 답하려고 하니 참 어려웠다. 

그때 이야기 나누며 정리한 바를 기록으로 남긴다.

 

A. 급여도 시세가 있다. 이 정도 직무와 연차는 얼마를 받는지의 시가가 있다.

 

B. Maker, 생산직(개발자 등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외주 시장을 시세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 사람이 만들 산출물과 같은 스펙과 품질로 그 프로덕트를 외주 프리랜서에게 맡긴다면?

그때의 맨먼스로 1년 기준 가격을 산정하고, 그 외주 가격의 2/3 정도를 급여로 제공하는 선이 적절하다.

대체적으로 사무실, 보험, 복지, 장비 등 부대비용이 3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C. 관리자, 전문가의 시세는 Bidding이다.

관리자라면, 몇 명 규모의 조직을 관리해 목표를 달성하는가로 그 역량을 가늠한다.

그런 관리자의 연봉은 입찰 경쟁을 통해 시장 가격이 형성된다. 

관리 가능한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희소한 인적 자원이 되어 상한선 없는 높은 가격을 형성하기도 한다.

단순 정량화가 되는 B를 넘어서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