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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의 생각들 (1) |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치열함이 필요하다

moozii 2023. 7. 9. 18:41

쿠팡 "아직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내려놔라"

 

https://www.facebook.com/SeanSyJung

 

Sean Jung 님은 쿠팡에서 Head of Corporate Development, Senior Director로 재직 중이신 분이다. 지난 5월 19일 그가 공유한 페이스북 게시물은 사뭇 놀라웠다. 수십 조 규모의 쿠팡이, 큰 마일스톤 중 하나인 상장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의 타운홀 미팅 에피소드이다.

 

비록 상장 이후 주가는 한동안 하락을 지속하다, 최근 손익 개선에 따라 다시 소폭 반등했지만, 상장 직후에는 그 어마어마한 시가 총액의 규모를 고려할 때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할 만한 이벤트라 생각한다. 

 

타운홀이 시작된 후 창업자가 들려준 첫 문장은 "혹시라도 아직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내려놔라." 였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해낸게 없다. 혹시라도 작은 성취가 있다면 그 성취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아니라 과거의 우리들이 해낸 것이다. 고객들은 여전히 많은 불편을 경험하고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해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다만 상장을 통해 소중한 자금을 확보했고 배울 수 있는 동료들을 모실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우리가 꿈만 꿨던 그 많은 것들을 해낼 준비가 되었다. 흐트러지지 말고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집중하고 노력하자. 이런 취지의 문장들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당연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나가야 하고, 그 목표를 위해 잠깐의 성공에 취해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경영진의 당연한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1. 기업의 규모와, 2. 이벤트 성취의 크기와, 3. 직원에 비해 창업자에게는 더욱 감격스러운 순간일 것임을 감안하면, 논리적으로 당연한 일이라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다. 

 

특히나, 읽는 내게는 더욱 되짚을 부분이 있었다. '그래, 쿠팡 같은 큰 기업이 상장을 마쳐도 자축을 금새 추스리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데, 나는 열의를 불태우기보다 실패를 정당화하고 스스로 위로를 건네는 데에 급급하지 않나' 하고 스스로 성찰해 볼 계기를 얻었다.

 

 

 

넷마블 "자식이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정보화 리더십 탐구]⑮ 방준혁 넷마블 의장 "중환자실의 내 아들(회사) 살려냈고 이제 글로벌로

정보화 리더십 탐구⑮ 방준혁 넷마블 의장 중환자실의 내 아들회사 살려냈고 이제 글로벌로 간다

biz.chosun.com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 창업 3년 만에 넷마블은 김범수 현 카카오 의장이 만든 게임포털 한게임을 위협하는 ‘빅3’에 올랐다. 2004년 방 의장은 CJ그룹에 넷마블 지분 상당량을 넘기는 깜짝 딜을 성사시킨다. 단칸방에 어렵게 살던 그가 현금 800억원을 손에 쥔 순간이었다. 그는 늘 ‘부자’가 꿈이었다고 했다. 당시 방 의장은 퇴임식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는 영화도 있다”며 “직접 만든 회사를 떠나려 하니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목표했던 것을 다 이뤄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을 CJ그룹에 매각한 이후 10년간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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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게임 업계로 돌아온 것은 2011년 6월. 위기에 빠진 CJ E&M 게임 부문의 ‘구원투수’ 역할로 직함은 고문이었다. 당시 넷마블은 온라인 게임 신작이 연이어 실패하고 2010년 인기 총싸움 게임 ‘서든어택’ 서비스권마저 넥슨에 뺏겼다. 고스톱 포커류의 웹보드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도 점점 심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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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가운데 단 한명도 (복귀에) 찬성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족도 옛날 함께 일했던 임원들도, 어느 누구도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CJ그룹 차원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CJ게임즈도 제 돈 400억원을 써서 만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개발사를 인수하고 기존 개발사에 대한 재투자를 했습니다. 다들 게임 산업이 포화됐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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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제 아들과 같은 존재입니다. CJ그룹에서야 당연히 이래저래 해도 안되니까 다시 창업자를 찾았을 것입니다. 자식이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나에게 손해인지, 이익인지 따질 수 있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비록 넷마블을 떠났지만, 넷마블이 내 자식같다는 점은 변하지는 않습니다. 또 넷마블은 추락하는 잠수함이긴 하지만 핵잠수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핵잠수함의 엔진만 고치면 다시 핵잠수함이 될 수 있는 겁니다. 핵잠수함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려면 사람도 뽑고 조직력을 갖춰야 해서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됩니다. CJ의 요청이 왔고 제 자식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앞서 살펴본 쿠팡의 사례는 '큰 기업도 마음을 다잡고 성장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을 보인다면, 넷마블의 사례는 '큰 기업도 그렇게 항상 노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보여주고, 이를 창업가가 어떻게 극복해내는지, 풀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한국 게임산업 빅3의 지위에 올린 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한 이후의 미래... 충분히 안정권에 오른 튼튼한 기업을, 더욱 거대한 기업에서 인수한 만큼 안정적이고 탄탄한 성장세와 운영 역량이 당연히 기대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인수 이후 넷마블이 연이어 신작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으로 현실은 그리 쉽게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음을 또 한번 증명해보였다. 

 

CJ는 대기업이긴 해도 똑같은 게임회사였습니다. 일단 제가 나갈 때 회사가 너무 잘된 상태에서 나갔습니다. 당시 분기 이익이 100억원이 났고, 서든어택 트래픽이 1위에 게임 포털 1위였습니다. 당시 서든어택을 유료화 하지 않은 단계였던 만큼 추가적으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제가 5월 말에 나갔는데 6월 말부터 서든어택이 유료화됐습니다. 제가 보유한 지분 5%를 팔지 않고 나간 이유는 회사가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어느정도 안정화돼 기본적인 매출이 나오다 보니 치열함이 사라졌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방준혁 의장이 스스로 분석한, 인수 이후 넷마블이 실패한 이유도 앞선 교훈과 겹친다. "치열함이 사라졌던 것."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시장의 험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치열함은 필수라는 이야기다. 

 

복귀한 뒤 게임 개발사를 일일이 만나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달라. 모바일로 가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굉장히 힘들었던 기간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게 무슨 게임이냐?, 아무리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된다 하더라도 작은 화면에서 게임을 하겠냐고 했습니다. 대다수 게임사들은 본인들이 만드는 (PC기반 온라인) 게임이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PC 기반 게임을 내놨지만, 거의 망했습니다. 월급을 못 줄때가 되니까 마지못해 모바일 전환하는 개발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바일로 빨리 전환한 회사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의 하루 매출이 1억원씩 나오면서 다른 개발사의 눈이 뒤집어졌습니다. ‘우리는 몇 개월, 몇 년을 고생해 PC 게임을 개발했는데, 모바일 게임은 몇 주면 만들 수 있다'면서 2013년쯤 되니 대부분의 개발사가 모바일로 전환했습니다. 2012년 12월 30일 ‘다함께 차차차’, 2013년 1월 말 ‘다함께 콩콩콩’, 4월에 ‘마구마구’를 출시했고 마구마구가 앱마켓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해 6월에는 ‘모두의마블’, 8월에는 ‘몬스터길들이기’ 등 연이어 히트작이 나왔습니다.

 

결국 넷마블은 모바일 중심의 게임 개발로 고통스러운 체질 변화를 해내고 나서야 흥행에 다시 성공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장에 대해 전사적인 도전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를 이끌어낸 창업자의 복귀와 끈질긴 설득은 다시 회사의 치열함에 불씨를 만들어준 셈이다. 

 

 

 

우리밀, "쉽게 만들어진 과자는 없다"

 

< 쉽게 만들어진 과자는 없다 >

"대표님! 이번 과즐은 출시 어렵겠는데요." 지난 2월부터 준비해서 5월 <가정의 달>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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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도 강조했고, 넷마블도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던 '치열함'. 그 치열함은 다양한 사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연히 접한 아티클에서도 중소기업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어 간단히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문제는 포장이었다. 샘플 검사를 해 보니 30% 이상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게 출고될 경우 바이어들과 소비자 클레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품질담당은 고개를 저었다. 100% 반품이 결정되었다. 아! 진짜 얼마를 날리는 거야. 기대를 많이 한 제품인데, 아까웠다. (...) 이번 과즐은 어쩔 수 없었다. OEM 업체에 전화를 하고 공문을 썼다. 서로 미안하다. 아쉽다는 말만 했다. 막 공문 발송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K사 담당 영업직원이 달려왔다. "900개씩 달라고 하는데요. 1,800 세트!! 다음주 월요일까지요." 애초 계획보다 양은 두배 이상으로 늘었고, 기한은 빨라졌다. K사는 중요한 고객이다. 저렇게 달라고 하는데..., 금액도 컸다.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 임원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불량률 30%대로 인해 100% 반품을 결정하려는 찰나, 큰 고객의 주문이 들어와 고민스러운 상황에 봉착한 우리밀. 우리밀은 결국 그 매출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떻게든 검수를 끝마쳐 납품을 해내기로 결정한다. 

 

친환경 식품회사로서 저 많은 쓰레기를 내놓는다는 것도 양심에 걸렸다. 불량률이 30%니까 충분히 주문량은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시간과 인력이었다. OEM 업체에서는 자기들은 검수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인력도 없다고 우리한테 다 위임했다. 모든 비용은 자기가 부담한다고 했다. 그래, 물류센터에서 하는게 가장 빠르지. 검수해서 바로 납품하면 되니까 말이다.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D 물류센터에 연락하니 검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수는 있는데, 인력은 자기들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래 이런 일에 대비해서 외국인 노동자들 중심으로 여남은 명을 확보해놓고 있는데, 이미 다른 회사에서 예약해놓은 것이다. 천상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다.

5월 4일 금요일 오전 9시 용인에 있는 물류센터에 우리 회사에서 손이 가장 빠른 정예 요원 12명이 모였다. 각오는 돼 있다는 듯 눈빛이 비장하다. 험한 일에 대표이사는 모범을 보여야 했고, ​회장님과 사모님도 옛날 시절을 생각하면서 일손을 보탰다. 박스를 푸는 언팩킹(Un-packing) 2명, 검수 6명, 팩킹(Packing) 4명으로 조를 짰다. 품질담당이 불량 기준을 교육했다. "특히 배접 부문 잘 체크해주시고, 튀밥이 실링 부분에 들어가 있어도 안돼요!" 검수작업에서는 품질담당이 제일 힘이 세다. 회장님도, 대표이사도 주의 깊게 듣고 손을 놀려 본다. ​ 라텍스 위생장갑을 끼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숙련도가 올라오는데 2~3시간이 걸렸다. 총 3,400개 세트, 낱개로 치면 51,000개를 검수하는 작업이었다(*). 3일 동안 하루 8시간 작업한다고 하면 초당 0.6개다. 쉬면서 하라고 해도 쉬질 않는다. 자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까봐 저어되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종일 두번 정도밖에 안다녀온 듯 하다. 점심으로 1시간씩만 교대로 식당에 가서 앉아 쉬었다. 저녁은 먹지도 않았다. 집에 가서 맘 편히 먹으리라. 아침 9시 30분부터 점심 시간 제외하고 꼬박 11시간을 서서 작업했다. 저녁 9시 30분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물류센터를 나오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개구리들의 우렁찬 팡파르가 주위를 가득 메웠다. ​​​ 그 다음주 5월 9일, 마침내 <우리밀 통밀 벌꿀과즐>과 <우리밀 통밀 보리생강과즐>이 처음 K사 매대에 올라갔고, 자사 온라인 상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직원들 12명의 손을 일일이 다 거쳐간 제품들로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그 주 내내 허리를 붙잡고 정형외과를 다녀야 했다. 직원들은 5월 내내 무용담을 얘기하듯 물류센터 검수작업을 화제로 삼았다. 그 OEM 업체는 우리의 분투에 깊이 고개를 숙이며, 얼마전 2차 생산을 무난히 해주었다. 이제 한계단 올라선 듯 하다. 중소기업 식품 회사에서 쉽게 만들어진 과자는 없다.

 

결국 높은 불량률에도 불구하고 그 납품량을 맞추기 위해, 12명의 직원이 치열하게 나서 검수 작업을 해냈다. 큰 기업과 대비해서 시간도 인력도, 즉 모든 측면에서 자원이 부족한 중소 기업은 이렇게 치열함이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그런 치열함을 직원들이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해내는 것. 그리고 그 치열함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 구조를 마련하면서도 적절한 재무 건전성을 가져 나가는 것. 기업 경영도 하나의 예술일 수 밖에 없는 이유라 생각한다.